야구장을 찾는 팬들 중에 정작 야구 룰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이들이 꽤나 많다. 그들에게 특별한 팀을 응원하지도 않고 룰도 모르는데 왜 야구장을 가느냐라는 질문을 하면 그들은 응원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중 하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축구보다 야구가 좀 더 대중적인 스포츠라는 것이다. 물론 야구 룰을 아는 사람들보다 축구 룰을 아는 이들이 더 많으며 야구 올림픽 금메달의 추억보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추억을 갖고 있는 이들이 더 많지만 아직까지는 야구가 축구보다 인기있는 스포츠다. 난 이 차이는 야구장이 축구장보다 찾은 이들에게 즐겁고 좋은 기억, 흔히들 추억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더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스포츠에 지지하는 팀이 있고 정기적으로 경기장을 찾는 골수팬들 역시 중요하지만 보통의 여가 활동으로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프로 스포츠의 최대 과제다. 어떤 방식이 됐던 프로 경기는 팬들에게 추억을 줘야 한다. 경기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Blueshine 님 블로그에 갔다가 우리 히어로즈가 환경 미화원을 시구자로 섭외했다는 기사를 봤다. 근래에 보기 드문 발전적인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시구를 한 환경 미화원과 그의 가족들은 그날 경기에 이기든 지든 행복한 기억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야구와는 다르게 축구는 지역 연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이라고 해봐야 한국의 좁은 땅덩어리에서 얼마나 넓겠는가. 스폰서나 지자체 사장, 혹은 고위 공무원들이 시축을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나 이 지역의 실제적인 거주자이자 팀을 꾸려나가는데 필수적인 존재인 우리 이웃에게 시축의 추억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외쳐대는 지역 연고 정착에 이만큼 최저 비용에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전의 문제인데, 우리 팀의 장내 아나운서. 정말 문제 많다. "열심히 뛰고 있는 시티즌 선수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매 경기마다 토씨하나 바뀌지 않는 똑같은 멘트를 뱉어내는지 그 귀신같은 정교함에 소름이 돋는다. 한 경기에 찾는 만여명의 관중들을 하나로 묶으려면 서포터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좋아하는 유럽 축구에서도 장내 아나운서의 역할은 대단한데 유벤투스의 경우 장내 아나운서가 출전 선수를 소개할 때 "10번 알레산드로~" 라고 외치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델피에로!" 를 외친다. 비단 델피에로 뿐만 아니라 "11번 파벨~" 에 이은 "네드베드!" 의 선창 후창의 소개 방식을 듣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 이미 타 구단은 시작했다. 우리라고 못할게 뭐있나. 필요하다면 벤치마킹해야하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 지체없이 시작해야 한다. 관중이 형편없이 줄고 있다. 성적은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요인을 찾아야하지 않나.
프로 스포츠는 승리와 돈이 전부가 아니다. 팬에게 최고의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 그렇기에 마케팅이 있고 팬들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구단 프런트는 생각해 보라. 과연 팬들이 내는 표값에 합당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