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0일 토요일

기억에 남는 스릴러 5편

 

큐브 (Cube , 1997) - 빈센조 나탈리

 

흔히들 소포모어 징키스, 2년차 징크스라는건 뮤지션이나 운동 선수들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 1편의 흥행을 뒤에 업고 호기롭게 2편, 3편을 제작하는 경우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매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인데 1편만한 흥행과 재미를 보장하는 속편은 별로 없었던거 같다.

 

<큐브>는 '단돈' 36만 달러로 제작한 저예산 영화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소개되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큐브>는 <쏘우>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영상이 화제가 됐었다. <큐브>라는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간의 이기심, 이성의 마비와 힘의 논리에 귀속되는 원시성 등을 영화는 훌륭하게 그려냈다. 헐리웃에 근접한 스릴러를 찍기 위해 제작비 좀 들인 <싸이퍼>는 봐주기 민망할 정도의 졸작이었으나 캐나다 출신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을 단번에 헐리웃의 주목받는 신예 감독으로 올려놓은 <큐브>는 지금 다시 봐도 정말 좋은 작품이다.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 , 2007) - 토니 길로이

 

워낙에 조지 클루니를 좋아하지만 기대감을 주지 않는 영화 제목과 포스터 때문에 별 기대 않고 영화를 봤는데 이게 웬걸. 명연기자들이 만든 2007년 한해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조지 클루니, 톰 윌킨스 그리고  틸타 트윈튼의 연기는 좋은 연기자들이 얼마나 좋은 영화를 만들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극의 현실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들간의 사적인 대화도 자제제해줄 것을 주문하였고 그로인해 너무나 사무적이고 차가운 캐릭터간의 관계를 그려냈다. 정의롭고 유능한데다 눈빛 한번으로 여자까지 꼬셔버리는 완벽남의 거짓에 쌓인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법정 드라마, 스릴러물을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영화는 진실과 거짓의 양분을 통한 진실의 승리, 그리고 정의의 힘을 그려내기보다는 사회에 팽배해있는 불편한 현실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얼마전 모 케이블 채널에서 이 영화를 방영하더라.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나타남과 동시에 영화를 끊어버리더라.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려한다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을 꼭 보라! 누가 뭐래도 <마이클 클레이튼>의 최고의 장면이니.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 , 1991) - 조나단 드미

 

잭 스패로우, 브루스 웨인, 울버린 등 각 영화를 대표하는 주연급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스크린을 누비기도 하고 시리즈와 속편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도 한다. 21세기 최고의 캐릭터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잭 스패로우를 뽑겠다. 그렇다면 20세기는? 당연히 한니발 렉터다.

 

토마스 해리스의 원작 소설 <한니발 렉터> 3부작 중 두번째 이야기에 해당하는 <양들의 침묵> 이후 <레드 드래곤>과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이 연달아 제작된다. 속편에 대한 평은 글쎄. 그나마 에드워드 노튼이 열연한 <레드 드래곤>이 볼만했을 뿐 썩 좋은 평을 주고 싶진 않다.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한니발 렉터 박사에게 조언을 구하러 가는 클라리스 스탈링은 신참 FBI 요원이다. 한니발 렉터는 그녀와 질답을 주고 받으며 말할수 없었던 유년기의 아픈 기억을 끌어낸다. 한니발 렉터에게 스탈링은 총기 넘치는 제자였고 치료해야할 환자였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눌 친구였다. 이렇게 다양한 관계 속에 위치한 두 사람의 심리를 영화는 탁월하게 담아냈고 그 결과 조디 포스터는 여우주연상, 안소니 홉킨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영화의 후반부, 적외선 카메라를 낀 범인이 불이 꺼진 범인의 집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스탈링의 뒤를 은밀히 밟는 씬이 있다. 범인의 시각으로 스탈링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내 생애 최고의 씬이라고 자부한다. 이 한 씬만으로도 <양들의 침묵>은 최고의 스릴러 영화다.

 

 

조디악 (Zodiac , 2007) - 데이빗 핀처

 

스릴러 영화로 연타석 흥행몰이를 이어가던 데이빗 핀처 감독의 2007년작. 2시간 36분이라는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파오는 긴 러닝 타임의 <조디악>은 핀처 감독의 95년작 <세븐>과 닮은듯 다른 영화다.

 

<조디악>은 철저히 연쇄 살인범을 쫓는, 혹은 쫓고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37명이나 살해한 연쇄 살인범, 사이코패스에 관한 영화인건 맞지만 <세븐>이나 여타 범죄 스릴러 영화처럼 긴박감 넘치는 전개나 선혈이 낭자하는 자극적인 장면도, 머리를 굴려가며 미로처럼 얽혀있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추리 요소도 없다. 사건은 풀릴듯 풀리지 않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이클을 반복하며 비인간적인 사건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잔혹한 사건을 추적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철저히 사실을 기반으로한 영화이다보니 분명 극적이고 오락적인 부분은 떨어진다. 그나마 볼만하다라고 말할 부분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재기 넘치는 화면 구성 정도.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이 굉장히 명확하며 사건에 대한 강박 속에서 무너져내리는 인간 심리를 너무나 훌륭히 그려내고 있다. 비록 엉덩이에 땀이차고 허리가 아플지라도 2시간 36분을 참고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가 바로 <조디악>이다.

 

 

샤이닝 (Shining , 1980) - 스탠리 큐브릭

 

오래전 영화다. 꽤나 어렸을 적에 봤기에 세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글을 쓰려니 감독과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조만간 DVD 구입해서 다시 볼 예정.

 

영화를 미국 역사에 대한 거대한 알레고리로 파악하는 시각도 있던데 영화의 부분 부분 은유적인 장치들이 존재하긴 한다. 거의 모든 공포 영화의 기본 공식인 폐쇄적인 공간과 그 안에서의 광기어린 인간의 본성을 그려낸 영환데 빠져나올수 없을 것만 같은, 숨이 턱턱 막히는 영화의 미로가 백미다. 실제로 미로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며 상징적인 장치로서 영화의 1등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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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하면 프로젝터 빌려서 학교 담벼락에 쏴서 영화나 봐야겠다. 여름밤 맥주와 스릴러 영화라면 굳이 피서갈 필요도 없지. 대학 생활의 낭만을 즐기기엔 이제 민망한 나이지만 이정도 여유는 괜찮겠지?

댓글 5개:

  1. 그러고 보니 다 못봤네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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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이클 클레이튼 짱...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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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띠용 - 2009/01/11 23:25
    확실히 여성 취향 영화들은 아닌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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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퍼블 - 2009/01/12 09:03
    저도 엄청 재밌게 봤어요 헠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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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스릴러 좋아하시나 봐요?

    마지막 샤이닝 빼곤 다 봤네요.



    남들이 추천하던 조디악은 기대에 못 미쳤긴 하지만 다른건 재미있게 봤어요.



    특히 큐브의 저예산은 진짜..

    셋트 만들고 조명만 바꿔서 트는..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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