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2일 금요일

영화 두 편

황금같은 학교 축제. 수업 안하는 것도 비싼 돈 주고 가수 부르는 것도 딱히 좋아 보이진 않으나 이왕 쉬게된거 오랜만에 여유있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스트레인저 무황인담(Sword Of The Stranger , 2007)  - 안도 마사히로

 

공각기동대, 비밥 등을 거친 안도 마사히로의 처녀작이라는 점과 너다섯개의 별점이 쏟아지는 작품인지라 기대하고 봤는데 결과적으로는 실망스러웠다. 일단 전개가 너무나 산만하고 전혀 논리적이지 못하다. 짧은 러닝 타임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으며 작품 내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은 민망스러울치만큼 빈약하다. 뛰어난 작화와 감탄이 절로 나는 액션씬이 무색할만치 허술한 글 위에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액션만은 굉장히 시원시원하다. 선혈이 낭자하고 신체부위가 이리저리 나뒹굴지만 잘 짜여진 칼부림들의 합은 눈을 상당히 즐겁게 한다. 좀 더 좋은 글이 이 재능있는 감독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레슬러(The Wrestler , 2008) - 대런 아로노프스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과의 첫 만남은 <Requiem For A Dream>에서 였다. 영화는 너무나 강렬한 떨림과 공명을 안겨줬고 난 단번에 그의 팬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Requiem For A Dream>이라는 영화의 팬. 그리고 <더 레슬러>. 흔히들 미키 루크의 자전적 영화라고 평하는데 미키 루크는 이 영화를 위해서 그간 방황의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신데렐라맨>처럼 퇴물이라 불리는 노장이 투혼을 발휘해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스포츠물이 아니다. 영화는 프로 레슬링을 소재로 한다. 프로 레슬링은 이미 결과가 정해져있는 쇼다. 노장의 식지 않은 열정과 포기를 모를 용감무쌍함은 없다. 오로지 버틸 뿐이다. 정해진 쇼가 끝날 때까지 이를 꽉 깨물고 버틸 뿐이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온 몸 구석구석 생겨나 사회의 편견과 그로인한 고통이 숨을 조여와도 있는 힘껏 버텨야 한다. 무언가와 닮지 않았나? 그래. 우리 모두의 인생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사실적인 화면을 담아내는데 엄청난 재능을 가진 감독이다. 스크린에 담긴 랜드의 모습은, 무대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그의 모습은, 눈물 날 정도로 장엄하기까지 하다. 과거에 받았던 태양빛과 같던 조명은 줄어들었고 수천 수만의 관중은 수백명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그는 링 위에 서있다. 그는 자신이 상처 받는 곳은 링 위가 아니라 링 밖이라고 말한다. 이 정체성과 자존에 대한 패러독스가 영화의 핵심이다. 그는 링을 떠날 수 없다. 이 점이 더욱 서글프다. 고장나버린 심장과 말을 듣지 않는 온 몸의 근육을 다독이며 그는 다시 로프 위로 올라선다. 그에게 있어 세상의 가치는 수많은 관중들의 갈채가 쏟아지는 링 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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