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간게 얼마만인지... 다행히 여친님이 다른 영화 보고 싶은게 없다셔서 별 의견 충돌없이 <마더>를 보게됐다. 처음엔 <박쥐>를 보고 싶다길래 이리저리 말 돌리느라 진땀 뺐다. 뭐랄까, 박찬욱 감독은 JSA 이후 내 취향과는 너무 멀어져서 영화를 본다해도 딱히 좋은 기분으로 극장을 나설수 없다는걸 알기 때문이랄까.
김혜자라는 배우는 힘있는 배우다. 김혜자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로 치고라도(난 사실 김혜자의 연기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이다) 배역 자체가, 영화의 분위기 자체가 김혜자라는 배우가 아니면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봉준호는 한국 영화계에서 누구보다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감독이다. 지능적이고 약삭 빠른데다가 헛점을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 봉준호가 김혜자라는, 너무도 강렬한 페르소나를 표출하는 배우를 만나 크게 고전한 인상이 역력하다.
지금부터 스포주의
아정은 마을 공통의 치부다. 결코 드러나선 안되며 밝혀져선 안될, 공공연한 비밀로써 묵인되어야할 그런 치부. 그런 아정의 시체가 마을의 시선이 한데 모이는 곳에 전시된듯 걸리게 된다. 지독한 상황적 모순이다. 이 상황에 끼어있는 도진. 그는 모두가 보이는 곳에 아정을 옮겨 누구든 병원으로 데려가라는 뜻으로 아정의 시체를 건물 옥상으로 옮긴다. 돈도 아닌 쌀을 받고 몸을 파는, 너무나 비참한 삶을 영위하던 아정은 온 몸이 상처, 피투성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 그녀는 죽은 후에야 도진에 의해 위로 받는다. 자신을 죽인 이에게서 받는 위로, 이 역시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게다가 봉팔. 그는 자신이 아정의 애인이라고 답하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면회실의 유리를 사이에 두고 봉팔과 마주앉은 엄마는 그에게 부모님, 엄마 안계시느냐고 묻고 봉팔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자신의 아들 대신 살인 혐의를 쓰게된 봉팔 앞에서 엄마는 사죄의 눈물을 쏟아낸다. 그런 엄마를 오히려 봉팔이 위로한다. "울지마라." 봉준호 영화의 특징 중 하나를 꼽으라면 매 작품마다 관객들을 향해 내비치는 조소라고 하겠다. 그는 늘 관객을, 이 사회의 단면을 슬며시 비웃는다. <마더>에서도 마찬가지. 모순된 관계, 모순된 상황은 우리를 비웃는다. 너희는 다를거 같아? 결국 너희도 똑같아.
그리고 어머니. 봉준호 감독은 엄마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바람을 이뤘다. 이 점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아쉬운 점이다. '엄마'라는 존재 앞에서 논리나 이성 따위의 것들은 모두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mother 라는 제목을 보고 극장에 들어섬과 동시에 모든 사고를 감성에 의존한채 하게 된다. 사실 김혜자가 연기하는 엄마는 우리가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찾아볼수 있는 어머니상과는 무척 거리가 멀다. 이는 김혜자의 연기 스타일 뿐만 아니라 워낙에 다양한 어머니의 단면을 담고 싶은 감독의 욕심에 명확하고 합리적인 캐릭터 설정에 실패한 것이다. "너 엄마랑 자?" 라는 식의 계속되는 언어유희. 근친의 뉘앙스를 계속해서 풍기며 마치 영화 <올가미>가 오버랩될듯한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설정하고 있다. 상당히 불쾌하며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굳이 담지 않아도 될 단면까지 두루두루 담아 스크린을 휘젓는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우리는 각자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이것이 바로 우리 문화권에서 어머니라는 존재가 갖는 힘이며 감독의 의도다.
스...스포는 안볼꺼야.ㅠㅠ
답글삭제원래 영화는 잘 안 보지만 요새 들어서 더 안 보게 되는 둡ㅜㅜ
답글삭제보고는 싶지만..
답글삭제같이 볼 사람이 없....ㅠㅠ
trackback from: 영화 마더 - 아들만 보고 살아온 엄마와 엄마를 지켜주고 싶은 아들 이야기
답글삭제저희들은 영화를 볼때 예고편이나 영화에 대한 정보를 보고,듣지 않고 영화를 봅니다. 오늘도 쇼 패밀리포인트 덕분에 이번달 영화티켓을 받았구요. 그 티켓으로 ‘마더’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가 아직 어리고, 아직 부모의 입장이 되지 못해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너무도 많을 것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극중의 도준의 엄마라고 생각하며 보았습니다. 아들 말 이라면 100% 아니 1000%를 믿는 엄마. 무슨 행동을 해도 우리 아들의 행동은 옳은것이며 괜..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Anonymous - 2009/06/02 23:45
답글삭제검은 비닐 봉투에 쌀을 담는건 관계 후에 아정이에게 주려고 한게 아닐까요? 전 그렇게 이해했는데~
trackback from: 영화 '마더'를 보고....
답글삭제어제 영화 마더를 보았다. 이름도 참 잘 지은 것 같다. 마더.. mother.. 머더.. murder.. 범인데 대한 궁금증이 많다.. 스포일링일 수도 있겠는데.. 보고나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이런 영화.. 너무 좋다. 범인.. 누굴까.. 1. 원빈(도준) 2. 김혜자(엄마) 3. 진구(진태) 4. 이영석(고물상 노인) 5. 윤제문(형사) 6. 김홍집(종팔) 이중에.... 아니면... 누구??
올해들어서 영화관 한 번도 안 간듯..ㅜㅜ
답글삭제trackback from: 마더 | 봉준호, 장르를 지배하는 스타일리스트의 탄생
답글삭제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지난 주말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사실 마더는 그렇게 보고 싶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어이없지만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너무 잘 만들기 때문입니다. 봉준호감독은 영화를 너무 잘 만드는데, 그 잘만든 영화가들이 제 마음을 상당히 눅눅하게 만들기 때문에 전 그의 영화를 그렇게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마더는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영화였고, 엔딩을 보면서 '정말 이 인간은 천재구나' 하고 감탄해 마지 않을 수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