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0일 수요일

공부의 신

참 노골적인 네이밍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나온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입시를 전면에 내세운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현재의 과열된 입시풍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여기서 승리자가 되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하긴 입시라는 말이 교육을 대체하게 된건 꽤나 오래전의 일이다. 사람들은 단지 이 불편한 진실을 피하려고 노력했을 뿐이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어릴 때 부모님께 "공부 안하면 나이 먹어서 고생한다."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애둘러 표현한 것인데 드라마에선 입시생들을 상대로 무차별하고 직설적으로 사회의 진실을 쏟아 붓는다. "공부 못하는 놈은 평생 공부 잘하는 놈한테 이용만 당하다 인생 마무리한다." 물론 입시생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살에 시리게 와닿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뼈 저리게 이 불편하고 잔인한 진실을 깨닫는데는 그로부터 불과 몇년이 걸리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드라마가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좀 더 뻔뻔하고 노골적으로 나갔으면 한다.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선 진실과 직면해서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꿈과 우정, 사랑이 넘치는 학교는 예전에 사라졌다. 아니 역사상 단 한 곳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학교를 만드는 것이 교육계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최종 목표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현재를 알아야 한다.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 숨긴다고 능사가 아니다. 이미 우리 눈 앞의 현실을 외면한다고 어떤 대안이 나오겠나. 이런 점에서 <공부의 신>은 어쩌면 큰 성과를 낼지도 모르겠다.

 

<공부의 신>의 후속작으로는 <취업의 신>이 나오면 어떨까. 이번엔 대학의 이야기다. 마르크스가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무너뜨려야 한다는 지식의 상아탑이자 캠퍼스의 로망이 살아있는 대학은 대체 어느 시대 이야기냐. 상경계열에 올 점수가 안되면 인문계열에 온단다. 왜? 취업에 불리하니까. 적성이 아니라 취업에 유리한 과를 찾아 수험생들이 몰린다. 전공 공부는 뒷전이다. 전공 공부를 학점을 받기 위한 스펙 쌓기 일환으로 여기는 대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나도 다를게 없다. 취업에 가산점이 된다는 활동만 줄곧 찾아 다닌다. 대학교에 와서, 대학생일 때만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분명 많으리라 본다. 난 지금 내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포기한 것들이 미래의 나에게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져다줄까? 모를 일이다.

 

+ 긴 글을 남기기 위해 블로그를 하나 더 열었다. 얼마나 더 쓸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할 얘기가 많아지면 그쪽을 이용하려고 한다.

댓글 9개:

  1. '취업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지면 진짜 재밌을것 같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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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만화는 만화일뿐 피식~ 웃으며 봤었는데

    드라마로 펼쳐지니 이거 장난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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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입시란 말이 교육으로 대체되었단 말이 슬프군요.



    언제부턴가 인성교육이란건 없어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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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취업의 신..

    나오면 테레비 뿌셔버릴지도...ㅎㅎㅎㅎ

    한 때 엄청나게 고생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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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퍼블군 - 2010/01/23 15:13
    그래도 시청률은 좋을거 같아요. 대한민국 최대 관심사가 입시와 취업이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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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lueshine - 2010/01/21 23:29
    저도 안타까워요.. 학교의 기능이 이대로 축소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현실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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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다이고로 - 2010/01/21 09:39
    더 원 취지이 충실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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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띠용 - 2010/01/20 21:13
    네 저도 그 생각 많이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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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미쳐가는거죠.



    미쳐가는 세상의 단면이 어쩌면 이 세상을 깨우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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