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어보는 두번째 시간. 이번엔 2005년, 대학교 1학년 때. 난 남고를 나와서 학창시절 이성과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다. 학원을 다니지도 않았고 밤 11시 30분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느라 바깥으로는 나돌 일이 없었기에 자연스레 이성과의 교류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굉장한 모범생으로 보일지 모르는데 맞다. 나 모범생이었다. 학교 열심히 다니고 사고 안치면 누구나 모범생이라는 내 기준에선 난 전국 제일의 모범생이다.
어쨌든 2005년에 들어서 처음으로 연애라는 것을 하게 됐는데 이것도 해본 놈들이나 하지 처음하는 놈은 몰라서 못하겠더라. 거기다 원체 밖에 나다니기 귀찮아하는 게으른 심성과 장거리 연애라는 악조건이 겹쳐지면서 만남을 지속하기가 더더욱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울과 인천,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뭐가 그리 귀찮았는지 모르겠다. 짧은 연애를 마무리하고 혼자 방에 누워서 담배 한대 피고 있는데 굉장히 가슴이 먹먹해지더라. 실제 연애 기간은 짧았어도 서로 안지는 꽤 오래됐었기에 나름 정이 쌓였는가보다 했는데 헤어지고 몇주간은 극심한 소화불량이 시달려야만 했다. 영양보충을 술과 안주로 했으니 성적은 개판이었고 통장 잔고는 빠르게 사라져갔다. 술에 얼큰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오면 늘 담배 한대 물고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렸다. 번호를 눌렀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몇번이나 휴대전화를 집어 던졌다가 집어들었다. 결국 이건 아니지.. 라며 이어폰을 꽂고 클래지콰이의 After Love 를 거의 자동으로 재생했다.

2004년 <Instant Pig> 앨범으로 데뷔한 클래지콰이의 등장은 한국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지금이야 트랜스에서 시부야계, 하우스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DJ들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소위 DJ 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설사 있다해도 마이너 무대의 클럽씬을 주축으로 활동하는 이들이었고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테크노 열풍만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던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클래지콰이의 데뷔와 그들의 성공은 향후 한국 음악계의 판도를 바꿀만한 놀라운 성과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포스팅한 After Love 는 1집 앨범이 아닌 리믹스 앨범인 <ZBAM>에 수록된 곡이다. 리믹스라는 부제 달고 나오는 앨범은 사지도 듣지도 않는다는 주의인데 우연히 들어본 이 앨범, 정말 괜찮더라. 원곡이 알렉스와 호란의 듀엣 곡이라면 리믹스된 After Love 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메인으로 했고 호란 혼자 노래를 한다. 알렉스에 대한 개인적 감정은 전혀 없지만 호란 혼자 노래하는게 이 곡에게는 잘 어울린다. 아무튼 마무리할 시간.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던 우정을 나누던 혹은 미워하던 그 감정이 영원할수는 없는거 같다. 이 곡은 내 짧은 첫사랑의 기억과 연관되어있다. 감사의 표시로 풀네임으로 명명해주자. 클래지콰이 - After Love (Female Version)

저도 리믹스 앨범을 사는 일은 거의 없는데 간혹 그 중에 한두곡이 꽂혀서 고민하게 되곤 하더라구요.
답글삭제ZBAM은 없지만 인스턴트 돼지는 소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원곡 쪽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한창 들었던 발매 당시에는 아무래도 남자 목소리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클래지콰이는 1집이 진리인것 같아요.
답글삭제저도 2005년에 사귀던사람과 헤어진 경험이 있는데 거미의 헤어지는 날,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이 가슴속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Delic - 2010/01/17 08:48
답글삭제인스턴트 돼지 정말 좋은 앨범입니다. 원곡도 아주 좋은 곡이죠~
@Blueshine - 2010/01/17 22:32
답글삭제헉 전 나얼의 <한번만 더>랑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던거 같아요 ㅎㅎ 지나니 추억이네요.
UMC도 괜찮은데.
답글삭제신주장형님이 생일선물로 사서 부대로 보내주셔서 요새 열심히 듣고 있는 중이에요 으헤헤헤헤